처음엔 진짜 별 기대 안 했어요. 울산에서 호빠라니? 그냥 호기심 반, 스트레스 해소 반으로 검색하다가 알게 된 울산호빠. 조용한 공간에서 잠깐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카페도 지겹고, 혼술은 좀 그렇고… 그래서 용기 한 번 내봤죠.

위치는 너무 북적이지 않는 골목 쪽에 있었어요. 간판이 튀지 않아서 일단 심리적으로 덜 부담됐고 내부도 예상 외로 되게 깔끔했어요. 진짜 깔끔한 감성 바 느낌.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어? 여기 분위기 뭐야?” 하고 속으로 놀랐어요.

혼자라고 하니까 직원분이 되게 조심스럽고 친절하게 자리 안내해줬고,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이랑 기본 안주도 챙겨주시더라고요. 음악은 은은하게 흐르고 조명도 부담스럽지 않은 톤이라 금방 긴장이 풀렸어요.

음료는 무알콜로 시켰고 상큼한 자몽 칵테일처럼 생긴 게 나왔는데 진짜 비주얼 예쁘고 맛도 괜찮았어요. “이건 솔직히 사진 찍어야 해” 싶을 정도.

호스트 분도 너무 ‘컨셉충’ 같은 사람 아니고 말투나 리액션이 되게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제가 먼저 말하기 전까진 편하게 시간을 주더라고요. 괜히 급하게 대화 시도하지 않아서 진짜 감사했어요.

울산호빠는 ‘유흥’이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 좋은 대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위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달까요.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제 얘기를 털어놓게 됐는데, 그걸 그냥 “음~ 그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들어주는 그 리액션에 괜히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주변 테이블들도 조용히 즐기고 있는 분위기였고 어느 하나 거슬리는 요소 없이 그냥 내가 잠깐 ‘멈춰도 되는 공간’이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날 이후로 제 호빠에 대한 인식 180도 바뀌었어요. 막 화려하고 부담스러운 데가 아니라 이렇게 세심하고 차분한 곳도 있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퇴장할 때 인사도 정중하게 해주시고, 나오는 길에 살짝 바람 부는 울산 거리에서 “내가 오늘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감정이 예민해지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혼술 말고 이런 공간에서 나를 다독이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울산에서 나만 알고 싶은 공간, 그런 느낌이 딱 드는 곳. 울산호빠는 조용히 다녀와도, 친구랑 가볍게 들러도 분위기 자체가 ‘잘 만들어진 공간’이에요.